Moongsland™

옛 우암선의 흔적을 따라서 (2008.06.12) 본문

여행과 풍경/대한민국

옛 우암선의 흔적을 따라서 (2008.06.12)

Moongs™ 2009. 3. 26. 15:03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갈 때는 주로 바닷가나 산책로 등 경치가 좋거나 한적한 곳으로 가는데..

이 날은 복잡한 도시 가운데로 향했다..

예전 우암선이 다녔던 길을 알게 되어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먼저 우암선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하자면..

화물전용 노선으로 지금은 부산진역에서 화물을 실어 좌천동 부산항만공사 쪽으로 동진하여..

부두가 있는 우암역, 신선대역으로 화물을 운송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답사했던 '옛'우암선의 노선은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형태였다..





다음 스카이뷰에서 예전에 우암선이 다녔던, 지금은 골목길이 되어버린 '우암선로'를 찾아보았다..

이 지도로 설명이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ㅋ

예전에는 우암선이 부전역에서 출발하여 전포동과 문현동을 지나 우암역, 신선대역으로 이어져 있었다..

부전역에서 출발하여 시계방향으로 완만한 커브를 그리면서 전포동 방면으로 가는 길이 보일 것이다..

주위의 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꽤나 긴 거리의 완만한 커브.. 특이한 과거가 있음을 보여주는 골목이 아닌가?ㅋ

이제 그 골목을 따라 내려가보려고 한다..





여긴 부전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범전동의 주택가로, 지극히 평범해 보이고 기차가 다녔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 마을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이렇게 교각이 하나 나온다..

밑으로는 부전역에서 갓 출발한 동해남부선 선로가 이어져 있다..

내가 서 있었던 바로 이 좁은 교각.. 예전에는 철교였을 것이다..

동해남부선 선로 위에 수직으로 또다른 철도고가교가 있다는 것.. 상당히 특이한 구조다..

저 뒤편으로는 양정 동의과학대학(DIT)의 모습이 보인다..





다시 좀 더 걸어가 보면, 노반이 특이한 육교를 만날 수 있다.. (내 머리 그림자가 약간 나왔군..;;)

철교 위에 그냥 콘크리트를 부어 육교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아래의 넓은 도로의 모습은 부산의 주 간선도로인 중앙로 송공삼거리~부전시장 사이 구간이다..

많이들 지나다니는 도로이고, 그 도로를 지나면서 별 신경을 안 쓴다면 이 육교가 그냥 평범하게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약간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이 육교에서 얼마 안 가서 육교 하나가 또 있다는 것..

물론 그건 진짜 육교다.. 이곳이 철교였을때부터 사람이 건너다닐 목적만으로 만들어진..ㅋ 





지극히 평범하게 생긴 골목, 꽤나 오래되었을 법한 집들, 그렇지만 정말 완만하게 그려지는 커브길..

도대체 언제까지 철길이었고, 언제부터 골목길이 되었는지 감을 잡기가 힘들었다..

인터넷을 찾아보아도 작은 화물노선이라 소개된 곳이 없었다..

아버지께 여쭈었더니 어떻게 알았냐고 하시면서 실제로 기차가 다닌 곳이 맞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80년대 후반 또는 90년대 초반까지 기차가 다녔단다..

그럼 그보다 오래 된듯한 골목 양쪽에 지어진 집들은 뭔가? 철도 바로 옆에 울타리도 없이 어떻게 집이 있을 수 있는가?

그게 궁금해서 여쭈었더니.. 정말 집들 바로 옆으로 기차가 다녔다고..;;

그리고 사람들은 건널목 없어도 그냥 이리저리 건너다녔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안전문제상 위험천만한 건데..

화물열차의 특성상, 엄청 느린 속도로 운행했기 때문에 괜찮았다고 말씀해 주셨다..

기관사가 운행 도중 위험하게 선로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면.. 브레이크를 잡고 멈출 수 있을 정도였고..

장난삼아 달리는 기차에 올라 타는 아이들도 많았다고 하니..;;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안전상의 문제라든가, 소음의 문제가 만만치 않다고 생각하는데..

암튼 참 신비로운 노선이다..ㅋ





우암선로 혼자 완만한 커브를 그리는 형태이기 때문에..

사진에서처럼 좁은 건물 하나를 사이에 두고 길이 갈라지는 형태를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었다..





그렇게 골목길을 다 빠져나오면 전포동 메가박스 뒤쪽의 넓은 도로가 등장한다..

여기서부터 우암선로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게 되는데..;;

지하철 2호선 공사를 하면서 우암선이 지나갔던 자리가 모두 파헤쳐졌기 때문이다..





문전역을 지나 금융단지 조성예정지와 문현E마트를 지나면 비로소 옛 우암선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골목이 나온다..

여기도 얼핏 보면 그냥 평범한 골목이다.. 게다가 완만한 곡선을 그리지도 않는다..

그렇지만..ㅋ





골목의 끝에 보이는 작은 터널..

기차가 통과한 터널로, 터널 안쪽을 들여다보면 열차터널임을 알 수 있는 증거들이 많이 남아 있다..

지금은 차량통행은 막아 놓았으며.. 사람들이 조금씩 왕래하고 있었다..

터널 위는 문현교차로다..





터널을 통과한다는 것은 문현교차로를 통과한다는 것이고..

이제 우암동 방면 충장로로 접어드는 것이다..

터널을 통과하면 철교였던 것으로 보이는 작은 다리도 나온다..

밑으로는 썩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선로가 있던 곳을 콘크리트로 덮고 화단을 꾸며 놓았다..

그러다가..





선로를 막아버린 부분이 나온다..

뭔가 묘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막아놓은 곳에서부터 우암동 방면으로는 선로가 이어져있고 연탄공장으로 직행하는 분기선도 있었지만..

지금 열차가 다니지는 않는 듯 보였다..





더 걸어가서 동천삼거리를 지나고 나니 비로소 현재의 우암선을 만날 수 있었다..

때마침 화물을 가득 실은 열차가 지나갔는데..

속도도 느린데 화차가 길게 연결되어 있으니.. 정말 오랫동안 기차의 모습이 내 눈에서 떠나질 않았다..





우암역을 지나 종착역인 신선대역까지 가려고 했으나, 가는 길이 군부대랑 연결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다소 혼란스러워서 감만동에서 탐험을 종료하고 용당동, 광안리 등을 지나 집으로 돌아왔다..

사진 찍을 계획을 가지고 갔더라면 카메라를 가지고 가서 옛 선로의 흔적을 집중적으로 찍었을텐데..

별 생각없이 나간 바람에 좋은 사진을 남기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이설된 열차선로의 흔적을 찾아 따라갔던 이 날, 꽤나 흥미로웠던 하루였다..ㅋ